
빅슬립이란 무엇인가?
빅슬립(Big Sleep)은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와 구글 프로젝트 제로(Project Zero) 팀이 공동 개발한 인공지능(AI) 보안 에이전트입니다. 간단히 말해, 소프트웨어의 알려지지 않은 보안 취약점을 스스로 찾아내는 AI 요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보안 도구들은 사람이 미리 정의한 패턴이나 규칙에 따라 알려진 취약점을 찾아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빅슬립은 최신 AI 기술의 힘을 빌려, 마치 숙련된 화이트해커처럼 프로그램 속에 숨은 버그와 약점을 자동으로 탐색합니다. 특히 사람의 개입 없이도 동작하도록 설계된 자율 에이전트(autonomous agent)라는 점에서, 단순한 소프트웨어 도구를 넘어서는 차세대 보안 요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구글은 2024년 빅슬립을 처음 공개했고, 2024년 11월에 빅슬립이 첫 번째 실제 소프트웨어 보안 취약점을 발견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는 빅슬립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제 오픈 소스 데이터베이스 SQLite의 메모리 버그를 찾아냈다는 의미입니다. 빅슬립이 찾아낸 취약점은 기존의 자동화 도구(퍼징 등)로는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버그였고, 개발자들이 정식 소프트웨어 릴리스 전에 해당 문제를 수정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요약하면, 빅슬립은 “AI 보안 연구원”으로서 프로그램의 보안 허점을 선제적으로 포착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AI 에이전트인 빅슬립은 사람 연구원처럼 코드를 분석해 보안 허점을 찾아냅니다. (출처: SecurityWeek)
탄생 배경: 구글은 왜 빅슬립을 만들었을까?
빅슬립의 개발 배경에는 점점 교묘해지는 사이버 공격과 늘어나는 소프트웨어 취약점에 선제 대응하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현대의 소프트웨어는 방대하고 복잡하여, 사람이 모든 보안 허점을 일일이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해커들은 새로운 취약점을 악용한 제로데이 공격을 통해 선제적으로 침투하곤 하는데, 이에 대응하려면 공격자보다 먼저 취약점을 발견해 “미리 막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구글 프로젝트 제로 팀은 그동안 수많은 소프트웨어의 보안 결함을 찾아내 왔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이 과정을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빅슬립 이전에도 “프로젝트 냅타임(Naptime)”이라는 연구가 존재했습니다. 프로젝트 냅타임은 거대 언어 모델(LLM) 같은 AI 기술이 보안 취약점 검색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탐구한 초기 실험으로, 보안 분야 벤치마크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구글은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더 강력하고 실전적인 AI 에이전트를 만들었고, 그것이 바로 빅슬립(Big Sleep)입니다. 이름도 작은 낮잠을 뜻하는 ‘냅(Nap)’에서 ‘한숨 푹 자기’를 뜻하는 빅슬립으로 업그레이드된 만큼, 더 깊이 있고 광범위한 탐색 능력을 목표로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구글이 빅슬립을 개발한 데에는 수비수(디펜더)에게 유리한 비대칭적 이점을 마련하려는 전략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공격자가 한 가지 새로운 취약점을 찾아내면, 전 세계 수많은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었지만, 수비 측은 그 모든 취약점을 일일이 찾아 패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구글은 빅슬립 같은 AI 에이전트가 이러한 게임의 법칙을 바꾸길 기대합니다. “이제는 수비수도 AI의 힘으로 공격자보다 한 발 앞서 취약점을 찾아내고 차단할 수 있다”는 비전을 갖고, 빅슬립을 개발하여 운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주요 기능과 작동 원리 – 쉬운 비유로 풀어보기
빅슬립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처럼 생각하며 코드를 살펴보는 능력입니다. 일반적인 자동 취약점 검사 도구가 정해진 패턴으로 문자열이나 함수 사용을 찾는다면, 빅슬립은 AI의 “이해력”을 바탕으로 논리적인 보안 취약점을 찾아냅니다. 이를테면, 빅슬립은 소스 코드를 읽고 이해하면서, 개발자가 간과했을 법한 위험한 코딩 실수나 논리적 허점을 짚어낼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경험 많은 보안 연구원이 코드를 리뷰하며 “이 부분은 이상한데? 혹시 이러이러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겠어” 하고 추론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빅슬립이 마구잡이로 코드를 훑는 것은 아닙니다. 효율적인 탐색을 위해, 빅슬립은 단서를 활용한 “지능적 수사” 방식을 취합니다. 가령, 이전에 발견되어 패치된 취약점 정보를 단서로 삼아, 유사한 버그가 다른 부분에 존재하지는 않는지 집중적으로 탐색하는 식입니다. 구글 프로젝트 제로 팀에 따르면, 기존에 고쳐진 버그의 상세 정보를 AI에게 제공하면, AI는 그와 비슷한 패턴이나 실수가 코드베이스 다른 곳에 없는지 찾아내기 훨씬 수월했다고 합니다. 이를 “변종 분석(variant analysis)”이라고 부르는데, 빅슬립은 이런 접근을 통해 퍼징(fuzzing) 등 기존 기법으로 잡아내기 힘든 미묘한 버그의 변종까지 포착해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24년 빅슬립이 SQLite에서 처음 찾아낸 취약점은 스택 버퍼 언더플로(stack buffer underflow)라는 메모리 오류였습니다.
SQLite 개발자들은 특정 경우에 변수 iColumn이 -1이라는 특수한 값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고, 이로 인해 배열 인덱싱에 음수가 들어가 버퍼 메모리를 잘못 건드리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버그는 SQLite의 기존 테스트나 퍼징 도구로도 발견되지 않았는데, 빅슬립은 코드 변경 내역(diff)과 커밋 메시지를 분석해 “이 부분에 처리되지 않은 예외 상황이 있다”는 점을 알아챘습니다. 빅슬립이 없었다면 출시 후 악용될 수도 있었던 이 취약점을, AI가 출시 전에 미리 찾아낸 것입니다. 이러한 작동 방식 덕분에, 빅슬립은 단순 문법 오류가 아닌 논리적 보안 결함까지 사람처럼 유추하고 발견하는 똑똑한 사냥꾼으로 평가받습니다.
한편, 빅슬립의 “자율성”도 중요한 특징입니다. 빅슬립은 한 번 작업 범위가 주어지면 (예컨대 “이 저장소의 최근 코드 변경 부분을 점검해봐”라는 식으로) 사람의 상세한 지시 없이 스스로 여러 단계를 거쳐 분석을 진행합니다. 필요하면 관련 문서를 찾아보거나, 이전에 축적된 지식을 활용해 “추론”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자율 작동은 최근 화제가 된 Auto-GPT나 BabyAGI 같은 자율 에이전트 AI의 보안 분야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빅슬립은 목표가 명확히 “취약점 찾기”로 한정된 전문가형 에이전트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 AI 챗봇이 대화를 생성하거나, 창작 AI가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달리, 빅슬립은 코드 세계를 탐험하며 약점을 찾아내는 일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 덕분에 일반 목적 AI보다 정확하고 전문적인 결과를 내놓을 수 있죠.
빅슬립이 발견해 선제 차단한 SQLite 취약점은 데이터베이스에 악성 SQL이 주입되어 메모리 손상이 일어나는 치명적인 문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빅슬립은 철저한 통제와 관리 하에 운영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구글은 빅슬립 같은 AI 에이전트가 사람처럼 자율적으로 행동할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에도 주목했습니다. 예를 들어,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려 엉뚱한 부분을 수정하게 하거나, 외부의 프롬프트 주입 공격에 현혹될 가능성 등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구글은 “안전한 AI 에이전트 구축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여, 명확한 인간 통제, 제한된 권한, 행동 모니터링 등의 원칙을 적용했습니다. 즉, 빅슬립은 독단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없게 안전장치를 두고, 항상 인간 보안팀의 감독 아래 투명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런 다층 방어(Defense-in-Depth) 전략을 통해 혹시 모를 오작동이나 AI 에이전트의 오남용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빅슬립을 신뢰할 수 있는 조력자로 자리매김시키려는 것입니다.
업계 반응과 앞으로의 과제
빅슬립이 SQLite 취약점을 막아낸 사례가 공개되자, 업계는 즉각 반응했습니다.
구글 CEO 순다 피차이는 이 사례를 직접 언급하며
“AI가 사이버보안 수비에 새로운 무기를 제공했다”
고 밝혔고,
여러 매체에서는
“AI가 실전 해킹을 막은 첫 사례”
라고 보도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당하고 나서 대응”에서 “공격 전에 차단”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빅슬립의 장점
- 사람이 하루 걸릴 분석을 AI는 몇 분~몇 시간 내 수행
- 기존 도구로 찾기 어려운 논리적 취약점까지 탐지 가능
→ 실제 SQLite 취약점도 퍼징으로는 못 찾았지만, 빅슬립이 사전 탐지에 성공
과제도 분명
- AI도 오탐·미탐 가능성 있음 → 사람의 검증 필요
- 공격자도 AI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AI 대 AI’ 보안 경쟁 우려
- 기술 세부 내용이 **비공개(블랙박스)**라는 점에서 일부 아쉬움
→ 다만 보안상 필요한 조치로 해석됨
참조
- Kent Walker, “A summer of security: empowering cyber defenders with AI”, Google Official Blog (2025.07.15)
- Google Project Zero, “From Naptime to Big Sleep: Using Large Language Models To Catch Vulnerabilities In Real-World Code” (2024.11.01)
- Ravi Hari, “Google’s AI agent ‘Big Sleep’ foils cyberattack in groundbreaking first, says Sundar Pichai”, LiveMint (2025.07.15)
- 신윤경, “구글, AI 기반 사이버 보안 강화 방안 발표… Big Sleep 통한 실전 대응 첫 사례 공개”, MS투데이 (2025.07.16)
- Ravie Lakshmanan, “Google AI ‘Big Sleep’ Stops Exploitation of Critical SQLite Vulnerability Before Hackers Act”, The Hacker News (2025.07.16)
- Jonathan Greig, “Google says ‘Big Sleep’ AI tool found bug hackers planned to use”, The Record (202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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